전통의 미학과 현대의 역동성이 교차하는 경주 황리단길은 매일 수만 명의 발길이 머무는 경주의 심장부다. 하지만 좁은 골목과 밀집된 목조 건축물은 소방 행정의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고차방정식과도 같다. 경주소방서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官) 주도’의 정형화된 대응을 넘어, 첨단 기술과 시민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참여형 안전 설계’를 선보이고 있다. 도시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보호하는 경주만의 스마트 안전 모델을 조망한다.
■ 과학이 지키는 전통, 열화상 카메라가 찾아낸 화재의 씨앗
경주소방서의 안전 전략은 ‘데이터와 과학’에 근거한다. 황리단길의 상가들은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있어 대대적인 개보수가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경주소방서는 송인수 서장이 강조해온 ‘현장 중심 예방’ 철학을 바탕으로, 대원들이 상인들과 함께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점포 내부를 진단하는 시책을 정착시켰다.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벽면 내부의 노후 배선 과열이나 분전반의 이상 징후를 과학적으로 포착하는 이 과정은, 상인들이 자신의 일터를 스스로 점검하는 ‘자율 예방 문화’로 이어졌다. 특히 현장 대원들은 점검에만 그치지 않고 각 점포의 특성에 맞는 화재 대응 매뉴얼을 상인들에게 일대일로 전수하며 예방 행정의 밀도를 높였다. 이는 단순히 불을 끄는 기술을 넘어, 불이 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과학적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소방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 민·관 거버넌스의 힘, 황리단길을 지키는 촘촘한 그물망
경주소방서가 구축한 안전망의 핵심 동력은 ‘시민’이다. 지난 1월 진행된 대규모 안전 퍼레이드는 경주소방서 대원들을 필두로 한국119청소년단, 의용소방대,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황리단길 상인회 로컬리더 등 70여 명의 지역 공동체가 하나로 결집한 결과물이었다.
특히 상인회 로컬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실전 소화전 교육은 소방차 도착 전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경주소방서의 핵심 전략이다. 상인들은 이제 거리 곳곳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를 직접 점검하고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또한 미래 세대인 119청소년단은 캠페인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안전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약속’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에서 대학생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119 시민수상구조대’를 통해 지역 안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소방서, 상인회, 청소년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민·관 협력 모델은 경주라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안전 요새로 기능하게 만든다.
송인수 서장은 “진정한 안전은 소방관의 출동 속도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자정 능력에서 완성된다.”며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왔고, 그 결실은 황리단길의 견고한 안전망으로 증명되고 있다.
■ 체험이 문화가 될 때, ‘4분의 기적’을 일상으로
경주발명체험교육관 후정에 마련된 심폐소생술(CPR) 상설 체험장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안전 쉼터’다. 경주소방서는 이곳을 단순한 교육장이 아닌, 실제 소방 장비 착용과 포토존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 설계해 소방 문화를 친숙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변모시켰다.
평가용 애니(마네킹)를 활용해 자신의 실습 정확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은 방문객들의 승부욕과 흥미를 자극하며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체험객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하여 참여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행락철에 운영되는 이 공간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여행의 즐거움 속에서 생명을 구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 이러한 체험형 교육은 지역 교육지원청과 연계되어 학생과 학부모까지 참여층을 넓혔으며, 실제 상황에서 누구나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시키는 핵심 엔진이 되고 있다.
■ 전통과 안전의 조화, 대릉원을 밝히는 ‘안전의 등불’
경주소방서의 감각적인 홍보 전략은 대릉원 후문 일대에서 절정을 이룬다. 경주의 정취를 담은 전통 문양의 ‘안전 홍보 燈(등)’은 야간 상시 점등을 통해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의 필요성을 감성적으로 전달한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안전 수칙을 경주의 고즈넉한 야경 속에 녹여낸 이 시도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도시가 가장 안전한 도시’라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실제 현장에서는 등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며 SNS를 통한 2차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통의 미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안전의 가치를 일상에 투영한 경주소방서의 세련된 행정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관광객의 설렘과 주민들의 일상이 공존하는 도시 경주는 이제 참여형 안전 문화의 실증 모델로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황리단길의 거리에서 울려 퍼진 안전 메시지, 시민이 직접 체득하는 CPR 상설장, 지역 공동체가 함께 구축한 민·관 거버넌스— 이 모든 활동은 ‘안전한 도시, 행복한 일상’이라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경주소방서가 이끄는 ‘도시형 안전 혁신’은 소방 행정의 확장을 넘어 생활 전반에 스며든 문화적 변화다. 도시의 안전은 이제 관이 설계하고 시민이 완성하는 공동체의 성과로 빛나고 있다.
송인수 경주소방서장은 “경주의 미래는 우리가 지켜낸 오늘의 안전 위에 세워진다.”고 말한다. 그의 지휘 아래 경주소방서 대원들은 단순한 재난 대응자를 넘어 도시의 안녕을 그리는 ‘디자이너’로서 활약하고 있다.
시민이 주체가 되고 소방이 기술과 방향을 지원하는 경주형 안전 모델은 이제 대한민국 관광 도시들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경주의 안녕은 오늘도 첨단 기술과 전통의 미학 그리고 공동체의 뜨거운 약속 속에서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 에디터스 노트(Editor’s Note)
경주소방서의 기사를 정리하며 느낀 핵심은 ‘조화’였다. 송인수 서장이 제시한 세련된 예방 철학은 현장 대원들의 정밀한 기술력과 만났고, 이는 다시 상인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특히 상인들이 스스로 열화상 카메라를 확인하며 안심하는 모습에서 행정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신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가 스스로 안전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경주소방서의 행보는 ‘참여형 안전 행정’의 가장 앞선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저작권자 ⓒ KTN 월간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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